
- 시각장애인 청년이 바라본 열린관광의 현재와 과제
[곽남희, 임동준, 김혜정, 이성훈, 노희정]
“볼 수 없으니, 다르게 경험합니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강 위에 설치된 투명 유리다리를 걸으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올라섰을 때, 많은 사람이 발밑 유리 바닥과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에 감탄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는 그 감흥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풍경을 설명해주는 동행이 없었다면, 그 공간은 단순히 3분 남짓 걸어가는 길에 불과했을 것이다.
유리 위에 장애물이 없어 휠체어 이동은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점자촉지도와 음성 안내가 있었지만, 동선에 점자블록이 없고 핸드레일에 점자 안내도 없어 몇 m 이동했는지 알 수 없어 혼자서는 보행이 어려웠다.
또한 장애인 화장실은 계단을 내려가야 했고, 이를 대신하는 휠체어 리프트는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담당 직원은 “굳이 리프트를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안내했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접근성은 시작 단계였지만, ‘보이지 않는 여행객’이 어떻게 공간을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했다.
촉각과 설명이 더해질 때, 여행은 풍성해집니다 – 킹카누 체험
킹카누 체험은 이번 일정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해 누구나 탑승할 수 있었고, 배마다 직원이 동승해 주변 풍경을 설명해 주어 시각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손으로 물결을 만지고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풍경을 상상할 수 있었던 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진정한 ‘여행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직원마다 설명 방식이 달라 일관성이 부족했고, “지금 어떤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안내가 조금 더 세심했다면 보는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나루터에는 점자블록이나 접근 제한 안내가 없어 안전상 불안 요소가 있었고, 더 큰 문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에게까지 성인 요금을 부과했다는 점이다. 결국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탑승하려면 총 2인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무장애를 표방하는 공간에서조차 안내견을 ‘추가 비용’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각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남이섬,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한 공간
남이섬은 열린관광지로 지정된 곳답게 촉각지도와 음성 안내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음성 안내는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수준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간단한 코스 안내나 명소 소개가 추가되었더라면 훨씬 유용했을 것이다. 음성 안내가 어렵다면 점자 팸플릿이나 가이드북을 제공하여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코스를 직접 선택하고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숲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었지만, 자갈과 흙길은 보행에 위험 요소가 되었다. 흰지팡이나 휠체어 이용자는 돌출된 장애물 때문에 긴장을 늦추기 어려웠다. 일부 구간이라도 데크길이나 평탄한 무장애 노선을 마련한다면 여행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선박 탑승 시에도 점자블록이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일본처럼 배 탑승 경로까지 점자블록을 설치한다면 시각장애인이 더욱 주체적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카페에서는 메뉴판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선택권이 제한되었다. 만약 점자 메뉴판이나 음성 안내 QR코드가 제공되고, 박물관이나 체험관에서 촉각 체험까지 마련된다면 시각장애인도 자유롭게 메뉴를 선택하고 관광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남이섬은 단순한 ‘보이는 관광지’를 넘어 진정한 ‘모두의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
“열려 있다”는 말, 어디까지일까
워크숍에서 방문한 관광지들은 공통적으로 휠체어 경사로나 장애인 화장실 같은 기본적 편의시설은 잘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고려한 보조 장치는 여전히 부족했다. 점자촉지도는 일부 관광지에서만 제공되었고, 음성 안내는 단편적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열린관광은 단순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지 못하는 감각을 대신 채워줄 장치와 서비스가 함께해야 비로소 ‘열린’ 공간이 된다.
우리가 바라는 열린관광
이번 워크숍을 통해 우리는 개선이 필요한 점을 분명히 확인했다.
• 관광지 곳곳에 점자촉지도와 유도 블록을 확충
• 메뉴 선택권을 보장하는 점자·음성 안내 메뉴판 도입
• 풍경을 설명해 주는 관광 해설사·트래블 헬퍼 제도 확대
• 웹/모바일 기반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와 예약 시스템 개발
이런 변화가 차곡차곡 쌓일 때, 시각장애인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웃으며 여행할 수 있다.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여행합니다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세상과 연결되고,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과정이다. 시각장애인에게도 여행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불편을 겪지만 그 속에서도 즐겁게 여행한다. 그리고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언젠가 누구나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열린관광이 현실이 되는 날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