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미국 버클리 대학에 에드 로버츠(Ed Roberts)라는 장애 청년이 입학했다. 60년대 당시 버클리 대학교는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건축 환경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바꾸고 싶었다. 꾸준히 사회에 알리고, 개선을 요청했다. 덕분에 60여 년이 흐른 지금, 버클리 대학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애인 편의를 보장하는 학교로 불리고 있다. 한 청년의 행동이 학교를 바꾼 것이다.
ⓒ 구글, 에드 로버츠(Ed Roberts)
○ '공부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 대학생
우리나라 대학들은 어떤 모습일까? 국립특수교육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교들의 편의시설, 서비스 등 장애 학생 교육복지지원 개선이 요구되는 학교가 114개교(27%)에 달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도입 14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장애 학생은 27%의 대학교에 원서조차 낼 수 없다. 들어가도 공부를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73%의 대학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 대학 410개교 중 327개교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전담 인력을 배치한 곳은 98개교에 불과하고 그 외에는 겸직을 수행하는 등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내 장애 학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화장실 설치에 대한 응답은 52.6점, 건물 간 이동에 대한 점수는 48.5점에 불과하다. 이런 편의 부족 하나하나가 공부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 코로나19와 비대면 강의, ‘죽고 싶다’는 장애 학생
대면 수업에서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장애 대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을까? 지난 2020년 5월, 한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죽고 싶다’는 청각장애인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지원받던 대학 속기사 혹은 도우미 시스템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9.5%는 온라인 강의에 전혀 참석하지 못하고 있으며, 78.9%는 온라인 강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온라인 수업 시 수어 또는 자막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응답이 35.3%에 불과했다.
○ 청년이 시작하는 ‘모두가 공부할 권리를 누리는 사회 만들기
어떻게 하면 모두가 동등하게 공부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에드 로버츠처럼 표현하고, 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개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분들께 질문하고 싶다.
△건물별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나요?
△층마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나요?
△계단 시작과 끝 지점에 점자 블록이 있나요?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청년이 문제를 제기하면, 함께 공론화하고 활동한다.
지난 1년간 수도권 대학 상권 경사로 조사 및 설치, 교수자 립뷰 마스크 착용 등 편의 보장을 위해 노력했고 성과를 이뤄가는 중이다.
만약 상기 항목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 있다면, 협회에 알려 모두가 공부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함께 공론화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