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포럼] 청년행복제안 청년 기고 (4) - 문화재 및 유적지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합니다.
작성자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작성일
2023-02-08 09:41
조회
2753
문화재 및 유적지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합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경영학과
이수민
경복궁은 우리나라의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인 만큼, 많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야간 개장까지 시작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복궁의 다양한 경관을 구경하기 위해 찾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넓고 광활하게 펼쳐진 우리의 경복궁 관람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일까?
2021년 12월 기준 서울시 등록장애인 인구수는 약 40만명에 달한다. 그중 지체장애의 비중도 높이 차지하는 만큼, 현재 인구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만큼 경복궁 관람에 불편함을 겪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여러 법안들이 마련되어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이동권),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접근권) 및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문화 예술활동의 차별금지) 등 자칫 소외될 수 있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법률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경복궁에는 현재 보행약자들을 위한 여러 기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실제로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 입구에는 휠체어 대여시설과 몇몇 문 앞에 작은 데크들이 설치되어 있는 등 보행약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궁의 특성상 돌바닥과 모래로 인해 유모차나 휠체어의 이용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공간인 만큼, 차별 없이 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끊이지 않고 연속된 나무데크이다. 현재 경복궁에는 문 앞 등에 몇몇 데크가 설치되어 있긴 하나 일부분에만 그치고, 그마저도 노후화되어 중간중간 움푹 파인 곳이 많다. 또한 연속되어 있지 않고 일부 구간에만 있어 온전한 관람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경복궁의 바닥은 돌바닥이고, 징검다리 형식의 돌이 대부분이다. 이 넓은 공간을 끊임없이 구경하기 위해서는 연속되어 있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경회루까지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곳까지 향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게 되었다. 나무데크가 끝까지 이어져있지 않아 일반 돌바닥을 그대로 지나쳐 가기에는 어지럽고 휠체어의 바퀴가 계속 돌부리에 걸려 자칫하면 바퀴가 고장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지만 큰 불편함은 경복궁 방문을 단 한 번에 그치게 만들어 아쉬움이 매우 컸다. 따라서 연속된 나무데크 등이 한 켠에 길게 마련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와 더불어 데크의 경사도 완만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데크가 있어도 길이가 짧아 경사가 급격한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혼자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하여 자칫하면 휠체어가 뒤로 넘어가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요소들은 보행약자들에게 매우 큰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데크의 경사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불편함에 대해 경복궁에 개선 요청했으나, 문화재 보존 및 훼손 최소화 등의 이유로 궁 내 연속된 경사로의 설치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회신받은 바 있다. 물론 문화재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 법안들의 존재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 둘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크게 두 가지의 방식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사로를 연속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비용은 기존의 데크보다 더 들겠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한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무데크를 돌바닥위에 단순히 설치하기보다, 쉽게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로 데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움푹 파이는 현상도 줄어들어 더 나을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문화재 훼손을 피할 수 없다면, ‘메타버스 관광’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22년 들어 메타버스를 활용한 여러 사회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쉽게 말하면 아바타 등을 이용하여 가상 세계 속에서 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이러한 메타버스를 활용한다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사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경복궁을 메타버스로 구현해낸다면, 교통약자들도 손쉽게 경복궁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편안한 관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경복궁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리나라의 문화재들도 함께 글로벌화에 맞춰 서비스를 구현하게 되어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손쉬운 관람이 가능해진다. 이는 훨씬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중점 보완된다면,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살아있는 공간이 더욱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갈 것이다. 현대 사회에는 다양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고, 자칫 소외되기 쉬운 약자들까지 포용한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되는 분야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고, 재방문을 꺼리게 만들어버린다. 모두를 포용하는 노력들이 모여 더 나은 도시를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들이 더욱 빛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