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포럼] 청년행복제안 청년 기고 (2) - 동화책을 통해 ‘어울림’을 상상해보다
동화책을 통해 ‘어울림’을 상상해보다
신라대학교 ‘동그라미’ <청년포럼 장애인권 개선활동> :
장애인식개선 동화책 제작 및 배포 사업
-조혜원-
?
“예컨대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이 외국에 나가서 업무를 보고 회의할 때 의사소통에 지장을 받지 않는 건, 그들이 모두 외국어를 잘해서가 아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 통역이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되기에 의사소통에서 ‘장애’를 경험할 일이 없는 것이다.”
- <장애학의 도전>, 김도훈(2019)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는 장애학의 대명제가 있다. 결국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상황에 따라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이 나뉘는데, 왜 장애인에게만 ‘할 수 없음’을 만드는 사회적 조건 대신 ‘몸의 손상’만을 문제 삼는 것일까? 우리가 함께 평등하게 살아가고, 서로에게 필요한 지원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어떤 시각이 필요한 것일까?
동화책으로 세상에 말 걸기
신라대학교 ‘동그라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함께 어울린다는 의미를 담은 동아리로, 학내 장애학우들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및 행사를 진행하며, 교내 불편사항에 대해 장애 학우들의 입장에 서서 건의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권 개선활동의 일환으로 ‘장애인식개선 동화책 제작 및 배포 사업’을 진행했다. 장애와 동화책, 그리고 대학. 얼핏 보면 쌩뚱맞은 조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동그라미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아동이나 성인 모두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인 동화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에서 장애인복지 및 장애인권과 관련하여 꾸준히 활동을 진행하고, 부산시 내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하여 봉사활동 등도 참여하였던 동그라미는 교내 학우들의 경험을 더 많이 접하고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대학 내 장애인권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부가 2021년 전국 44개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진주교대를 포함해 13개 대학이 대입에서 장애학생을 차별한 사례를 적발하고 시정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멀리 나아갈 것도 없이 지난 3년간의 코로나 캠퍼스를 보아도 그러하였다. 원격 온라인 수업이 중심이 되며 장애학생들은 자막이나 속기 등의 자료 제공 부족으로 인해 비장애학생들과의 교육격차 및 정보의 사각지대를 경험해야 했다. 물리적으로도 아직까지 많은 대학이 완전히 ‘배리어프리’ 상태가 되지 않아 장애학생들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이렇듯 대학 내 장애학우들이 겪는 불평등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하여 동그라미는 6월부터 동화책 제작활동을 진행하였는데, 가장 먼저 교내 장애인 및 동아리 학우들을 대상으로 장애인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함이나 개선 사항이 필요한 부분들을 조사하였다. 7월에는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하였고, 8월부터는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책 표지 및 내지 그림 제작을 진행하였다. 현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동화책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여 ‘’텀블벅‘ 사이트에서 펀딩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https://tumblbug.com/silla_circle
‘알고 있나요?’(안내견 이야기), ‘특별한 내 친구’(지적장애 다운증후군 이야기), ‘보이지 않는 대현이의 소리’(청각장애 이야기), ‘채빈이의 행복’(지체장애 이야기) 등 4가지 주제들을 바탕으로 동화책을 제작하였는데, 동그라미는 그중에서 지체장애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였다.
“다른 시나리오도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이지만, 지체장애인 시나리오는 거의 매일 교내에 있는 장애 학우분들이 겪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생활을 하며 봐 왔던 모습들을 바탕으로 지체장애인이 집을 나서서 학교에 가고,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는데, 그 안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 그리고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모두 (동화에) 들어 있습니다.”